10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렇다고 긴 시간이라고 하기엔 어렵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쿠로오에게 10년은 인생의 절반을 넘는데도 불구하고 짧게만 느껴진다. 10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걸 글과 그림에만 존재하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명확한 대상을 가진 감정으로 느낀 것이 무려 10년이다. 짝사랑을 연애로 바꾸지 못한 상태로 야속하게 시간이 흘러버린다. 한 살 어린 소꿉친구는 영민하고 영특하여 공부도, 게임도, 배구도 모두 잘하지만 유독 쿠로오에겐 둔감하다. 가장 긴 시간을 함께 했는데도 둘은 서로를 잘 모른다, 어쩌면. 아니, 쿠로오는 켄마에 대한 거의 모든 걸 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모르는 것 하나가 켄마의 연애감정이라, 쿠로오는 항상 속이 타들어 간다. 그래서 오늘은, 종지부를 찍을 예정이다.
내가 대학에 오기는 오는구나.
편도 한 시간이면 집에서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면서 굳이 기숙사를 고집해 오늘은 기숙사에 짐을 넣는 날이다. 통학은 힘들다며 아득바득 우겨 나왔지만, 실은 켄마와 떨어지고 싶어서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성 지향성이라는 단어를 배우기도 전에 쿠로오는 그저 켄마가 좋았다. 항상 옆에 있었거나, 그렇지 않았을 때도 생각했다. 켄마의 세상에는 자신과 자신이 알려준 배구와 게임밖에 없었기에, 한때는 자신이 켄마의 전부인 줄 착각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켄마의 세상은 당연히 넓어져 갔다. 처음 본 다른 학교 후배와도 요비스테를 했고, 항상 팀의 두뇌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쿠로오에게 켄마는 필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켄마에게 쿠로오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차이가 견디기 힘들었다. 애정의 온도 차. 한쪽은 우정, 다른 한쪽은 사랑.
관계를 지속하는 것조차 버거웠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도망치듯이 집을 벗어났다.
짐을 정리하다 보니 배구공이 하나 나온다. 취미로 하면 아쉬움이 남을까 봐, 쿠로오에게 배구는 이제 추억이다. 쿠로오에게 배구는 속절없이 빠져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니면 시작하기조차 힘든 것이다. 켄마를 좋아한 시간보다도 더 오래 한 배구다. 하지만 쿠로오의 집은 아주 넉넉하진 않고, 쿠로오는 부모님의 손을 빌리고 싶지는 않다. 그렇기에 대학에서는 일단 공부에 집중하기로 마음먹는다. 공부에 몰두하면, 잊히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하면서. 배구는 추억이 너무 많아 하면 도리어 같이 선 코트가 선명하게 기억이 날 것 같다.
*
「대학은 어때?」
켄마는 문자마저 간결하고 과묵하다. 대학이 시작한 지 몇 달이 됐지만 쿠로오는 단 한 번도 집으로 돌아간 적이 없다. 그래서 켄마는 몇 번이나 먼 거리도 아니니 대학 구경시켜달라며 온다고 했었다. 하지만 쿠로오는 선뜻 오라고 할 수가 없었다. 혼란스런 마음을 내비쳐 제 친우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자신의 마음을 알릴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 피했다. 처음엔 학기 초라 술자리가 많았었어, 그 이후엔 과제가 바빴었어. 가장 친한 친구를 위해 그 정도 시간은 비울 수 있었다. 켄마 또한 핑계였음을 몰랐을 리가 없었다. 그 켄마가, 설마. 문자도 일부러 늦게 답장했다. 그런 모습에 켄마가 상처를 받았을까 봐 걱정했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지 못 내는 자신이 한심해서 더욱 문자 보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지금도 답장을 보내기가 망설여진다. 일단 눈앞에 있는 과제부터 해야겠다고 다짐한 후, 한참 후에야 겨우 답장을 보낸다.
「늘 똑같지 뭐. 너는 잘 지내?」
말투가 딱딱하다. 켄마는 게임기를 자주 보는 만큼 답장이 느린 편인데, 이번만큼은 칼같이 대답한다.
「그럭저럭. 인터하이 대표 결정전에서 준결승전까지 올라갔어. 보러 올래?」
「언젠데?」
「6월 10일. 일요일이니 올 수 있으면 와.」
이렇게 대화를 이어나간 게 오랜만이라 심장 박동수가 빨라진다. 6월 10일. 기말시험 전이고 중간고사도 묘하게 비껴간다. 변명이 없는 날짜다. 배구도, 켄마도 보고 싶다. 하지만 한번 보면 계속 보고 싶을 것 같다. 대학에 와서 마음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누구를 봐도 켄마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누구와 친해져도 연애 감정은 들지 않는다. 그래서 차마 간다고 대답할 수가 없다. 자조적으로 웃으며 결국 또 답장을 미룬다. 답장을 기다리며 핸드폰을 쳐다볼 켄마가 그려져 조금 가슴 한편이 욱신거리고, 손가락을 움직여 가겠다는 말 한마디 하는 건 너무 쉽다는 것 또한 알지만, 보낼 수 없다. 그렇게 또 끊긴 대화가 하나 쌓인다.
*
켄마를 짝사랑한 기간이 10년에서 11년으로 또 한해 늘어난다. 어째서 이 사랑은 끝이 나지 않을까, 혼자 자문해도 답조차 나오지 않는다. 어디가 좋으냐고 누가 물어보더라도 해줄 대답이 없다. 아니, 너무 많다. 게임을 할 때 집중하는 얼굴이 예쁘고, 무기력해 보이지만 훈련은 다 따라오는 근성이 멋지고, 가능성만 따지는 특출난 두뇌와 그걸 망설임 없이 행동으로 옮기는 강심장이 부럽다. 아무것도 신경 안 쓸 것 같으면서도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켄마가 그립다. 같이 보낸 시간이 워낙 많아 게임, 켄마 사이즈의 옷, 푸딩, 애플파이 같은 것만 봐도 수많은 대화와 추억들이 떠오른다. 잊기는커녕 그리움만 짙어진 일 년을 보낸 후에야 쿠로오는 인정한다. 이 사랑은, 포기할 수 없구나.
켄마는 쿠로오가 답장을 하든 말은 할 말이 있으면 끊겼던 이전 대화를 잊고 문자를 보내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켄마 전용 알림 음이 울렸을 때, 이번엔 또 어떤 일로 보냈을까 궁금해져 바로 확인한다. 항상 느끼지만, 문자는 읽었다는 표시가 나지 않아 다행이다.
「나 쿠로오네 대학 가. 배구팀에도 들어가. 미리 말 안 해서 미안해.」
고민하는 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쿠로오가 연락을 피한다는 걸 아는 상태에서 섣불리 쿠로오와 같은 대학을 입학한다는 것도, 쿠로오가 그만둔 배구를 마저 한다는 사실도 말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배려가 고맙고도 미안하다.
「오야오야, 말해줘서 고마워. 신입생이니 오늘 오려나? 도착하면 전화해.」
지금까지 왔던 켄마의 전화는 받지도 않았으면서 말은 잘한다. 신입생, 후배. 둘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같이 다녔다. 당연히 항상 쿠로오가 먼저 입학했고 켄마가 후배로 들어왔는데, 이 인연이 대학까지 이어질 거라고는 몰랐었다. 그래서 당황스럽다. 그 당황함을 애써 뒤로 물러내며 태연한 척을 한다. 그래, 그냥 친구가 같은 대학으로 오는 거야. 시간과 함께 더 깊어지고 짙어진 마음을 꾹꾹 눌러담는다. 오늘은 신입생들이 들어오는 날, 켄마는 그 중 하나. 친한 친구, 후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람이라 머릿속에 되뇌고 또 되뇐다.
*
멀리서 걸어오는 완곡한 등의 곡선과 다시 밝게 염색한 머리가 익숙하고 또 익숙하다. 마치 어제 본 것처럼 켄마는 그대로다. 떼어지지 않는 입이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어떤 소리를 내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켄마가 먼저 대화를 시작한다.
"잘 지냈어? 가끔 연락만 했지, 쿠로 오랜만에 보네."
가시가 들어있을 법할 말을 감정 없이 무덤덤하게 한다.
"그러게, 오랜만이네~ 켄마는 잘 지냈어?"
"그럭저럭."
"배구팀 붙은 거 축하해, 우리 학교 배구팀 들어오기 어렵기로 유명한데. 역시 네코마의 척추이자 뇌는 달라."
"...아직도 그렇게 부를 거야?"
켄마는 아직도 저 말을 조금 창피해한다.
"오야오야~? 한번 뇌는 영원히 뇌라고?"
"쿠로는 다시 안 할 거야?"
능청스럽게 뭘 다시 안 하느냐는 눈빛으로 쳐다보니 피하지 않고 빛내는 눈이 되묻는다. 레벨 업 같이 하기로 했었잖아. 쿠로오가 없는 코트는 외로웠다. 조금 새롭고 무모한 걸 시도하고 실패하더라도 괜찮을 만큼 편한 상대는 드물었다. 쿠로오만큼 블로킹이 능한 사람 또한 찾기 어려웠다. 시작했을 때부터 함께 한 파트너만큼 합이 잘 맞는 스파이커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다. 쿠로오는 환경이라도 바뀌었지만, 켄마는 둘이 같이 걸어갔던 길에서, 함께 연습했던 체육관에서, 자주 놀러 갔던 쿠로오의 집 앞에서, 일주일에 한 번은 들렸던 애플파이가 맛있었던 카페에서 빈자리를 느꼈다.
"나는 쿠로가 칠 토스를 올려주는 게 가장 좋아."
저쪽에서 대답을 안 하니까 켄마가 대신 말을 잇는다. 무덤덤한 말에 담긴 진심이 쿠로오에겐 버겁게 다가온다. 켄마다운 말이다. 배구를 계속해달라는 부탁도, 도망치듯 떠난 저를 원망하지도 않는, 그저 켄마의 사실만을 전달하는 말.
능글맞기로 소문난 쿠로오조차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시선을 피한다. 켄마는 굳이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
쿠로오에게 켄마는 시들지 않는 꽃이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을 매혹하는, 그런 꽃. 반대로 켄마에게 쿠로오는 나무다.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는, 시간이 지나도 어쩌면 더 풍성해진 나뭇가지와 하나 더 늘어난 나이테 외에는 변하지 않는 나무. 1년 동안 피했던 시간이 무색하도록 둘은 다시 절친한 친구이다. 전공도, 동아리도 다르지만, 예전처럼 일상을 공유하고 같이 밥을 먹는다. 그건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러워 쿠로오도 결국 물 흐르는 듯이 살기로 한다. 다만, 둘 다 유일하게 사이가 좋지 않았던 한 해는 의도적으로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쿠로, 혹시 내일 바빠?"
"오야오야, 그건 갑자기 왜?"
"쿠로가 팀원들 블로킹 좀 봐주면 좋겠다고 코치님이 말씀하셨어."
"...코치님이?"
"응, 네코마에서 블로킹의 사령탑으로 기억하신다고, 혹시 같은 고교라 친하면 부탁해달라고 하셨어."
거절할 이유는 전혀 없다. 대학 강호 팀의 코치가 자신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블로킹. 길을 열어주고 막는 쾌감을 잊은 적은 없다. 다시 배구공을 만지고 싶다. 내일은 마침 시간도 비고, 과제와 시험도 이번 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이 망설임은 왜일까, 자문해볼 필요도 없이 대답은 간단하다. 두려워서, 다시 배구에 속절없이 빠져들까 봐 두려워서. 빠져들면 그 이후에 들어갈 시간과 감정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불편하면 거절해도 돼."
"아니야, 내일 몇 시까지 가면 돼?"
"웜업도 같이 할 거면 나랑 같이 가자."
"오야, 오랜만에 몸 좀 풀겠는데?"
과장하며 스트레칭을 하니까 켄마의 눈매와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아마 환상이 아니다.
*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쿠로오는 블로킹을 가르치는 데 능숙하다. 일단 기본적인 자세부터 잡아주기 위해 모두에게 기본 블로킹 자세를 시킨다. 그 이후엔 한 명 한 명 빠르게 가장 중요한 피드백을 준다. 힘을 손가락 끝까지 다 주셔야죠, 오야, 그렇게 팔 넓게 벌리면 공 다 빠져나갑니다? 약간 얄미울 수 있을 법한 말투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게 설명한 후 실전으로 넘어간다. 윙 스파이커와 미들 블로커를 페어해서 소프트 블로킹, 킬 블로킹, 유도하는 블로킹, 코스를 읽는 법, 리시브 시야를 가리지 않기 등등을 연습한다. 강호 팀답게 대체로 기본기가 탄탄하지만, 취약한 부분을 예리하게 지적해 고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번씩 시범을 보여주기 위해 블로킹, 스파이크, 리시브 모두 한 번씩 할 때마다 심장이 뛴다. 배구는 공이 몸에 닿는 시간이 매우 짧은, 까다로운 스포츠다. 하지만 몸은 10년 넘게 해온 동작과 감을 잊지 않아, 마치 매일 연습한 것처럼 능숙하게 움직여 공을 원하는 곳으로 보낸다. 켄마의 토스 역시 공백이 의미 없을 정도로 예전과 같이 치기 편하다. 배구를 안 했던 시간이 꿈처럼 희미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지금 이 순간 또한 꿈인지 현실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고생했어, 쿠로.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이 정도야 뭐. 난 항상 친절하니 도움 또 필요하면 말해~"
켄마가 눈으로 욕하는 모습마저 귀여워 실소가 나온다. 중증이야, 나도.
"오늘 내가 저녁 살게. 쿠로가 좋아하는 꽁치구이 집 가자."
"후배에게 얻어먹긴 양심이 찔리는데?"
"쿠로가 나 언제부터 후배 취급했다고."
할 말이 없다. 결국, 따라 들어간 꽁치구이 집에서는 벌써 공기에 맛있는 냄새가 가득하다.
"여기 꽁치 정식 두개랑 사케 두 잔이요."
"켄마 술 마시게?"
"내일은 연습 없으니까. 쿠로는 안 마실래?"
"아니, 나도 마실게."
켄마가 술 마시는 모습은 몇 번 봤지만,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성인이고 대학생이니 이상할 것 하나 없지만 켄마와 술을 마시면 못된 걸 가르치는 형이 된 기분이다. 평소와 같은 대화를 이어나가다 보니 금방 음식이 나온다. 한 잔씩만 시켰던 사케가 얘기하며 먹다 보니 어느새 두 잔, 석 잔, 나중엔 아예 병 하나를 시켜서 마시기 시작한다. 항상 느끼지만 켄마는 생각보다 주량이 강하다.
"쿠로."
"왜, 켄마?"
"그래서 그때는 나 왜 피했어?"
둘 다 말을 꺼내지 않았던 시절의 얘기를 결국 켄마가 먼저 꺼낸다. 약간 취기가 올라오는지 평소보다 붉은 볼에 비해 눈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때는 내가 미안해."
"정확히 뭐가 미안한데?"
탓하는 말투가 아니다. 그저 진솔하게 궁금하다는 어투. 쿠로오는 고양이처럼 밝은 눈앞에 더 거짓말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 감정 하나 정리 못 해서 너한테 상처 줬던 거."
"...무슨 감정?"
"내가 너를 딱 10년 동안 좋아했었거든."
"과거형이야?"
"현재 진행형."
생각에 잠긴 켄마를 두고 켄마가 계산하기 전에 빠르게 결제하고 나간다. 다음날이면 후회할 말을 한 것 같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그렇기에 아직은 조금 쌀쌀한 밤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간다.
*
나 어제 뭐한 거지.
어젯밤에는 생각보다 술에 취했었는지 금방 잠이 들었지만, 오늘은 숙취도 별로 없이 어제 대화가 모두 기억난다. 켄마는 어디까지 기억할까. 일단 핸드폰을 보니 코치가 쿠로오보고 배구 다시 할 생각 없느냐고 물어봤다는 문자 하나밖에 없다. 배구, 배구라. 이 상태에서 내가 지금 배구를 할 수 있을까. 하고 싶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와 동시에 과연 이 상태로 켄마와 같이 배구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한때 주장까지 했었고, 감정을 통제하는 데는 능숙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켄마 앞에서는 그게 되지 않는다. 고민하다 보낸 답은 결국 만나서 얘기하자는 진부한 답이다.
"켄마, 어젠 잘 들어갔어?"
"응, 쿠로는?"
"나도."
"배구는 어떻게 할래?"
"켄마는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이 질문은 배구에 대해서만 묻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켄마 또한 어제의 대화를 기억한다면 눈치챌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쿠로가 행복한 대로."
"그걸 모르니 너에게 물어봤겠지."
"그렇다면 배구는 해."
"배구는?"
"응."
"다른 건?"
"...쿠로는 10년 동안 나를 사랑했다고 했지."
"응."
"그럼 이젠 내가 10년 동안 더 사랑할게."
"그다음은?"
"글쎄, 하지만 쿠로도 나도 서로 사랑하면 양은 중요하지 않을 거야."
쿠로오는 켄마가 자신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모른다. 아니, 좋아해서 사귀는 것인지, 오랜 친구에게 동정심이 들어 사귀는 것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일단, 하나는 확실하다. 길고 긴 짝사랑이 끝났고, 나무 밑에 꽃이 핀다.
그림러분께 미리 죄송합니다...
쓰다 보니 저도 대체 제가 뭘 썼는지 모르겠지만 감사하고 죄송하고 힘내세요!!!!
어서 페어님의 그림 보고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